나들에겐 쉬운 일이 왜 나에게는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부부 간에 사이좋게 산책하고, 차마시고 대화하는 이러한 사소한 일들이 내겐 너무 로망같은 이야기이다.
우리 부부는 처음 만날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서로 속 깊은 이야기를 한번도 해본적이 없고,
둘만의 데이트를 해본적도 없다.
그래도 어찌 어찌 결혼을 했고, 부모가 되었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연예때도 좋은 것이 좋은거라고 싫지만 억지로 참고 그가 하자는 대로 뜻에 따라 맞춰줬다.
정말 끽소리 안하고 그가 하자는 대로 다 해줬던 것 같다.
하지만 결혼 후에 나는 변했다.
하기 싫은걸 하자고 하면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싫으면 왜 싫은지 이유를 현명하고 다정하게 이야기하면 되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냥 짜증내고 삐지고 화를 냈다.
생각해보면 남편은 연애시절 나의 순종적인 모습이 좋아서 결혼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 나의 성격이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 당황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남편은 늘 한결같았다.
늘 한결같이 친구좋아하고 자기 본가족 좋아하는 다정다감하지 않은 무뚝뚝한 사람이었다.
그는 변하지 않았는데 내가 변한거였다.
그걸 이제야 강하게 깨닫게 되었다.
남편이 집을 나간 이후로...
너무 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욱하는 성질이 있는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 엄마가 하는 행동을 내가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우리 엄마도 좋게 말하면 될 것을 아빠한테 짜증내고 화내고 비난하는 말투를 많이 쓰는 것같다.
그래도 아빠는 그것을 다 받아주니까 싸우면서도 사이좋게 지내는 거였고,
우리는 남편이 그것을 받아주지 않으니까 물과 기름처럼 계속 겉도는 거였다.
되돌아보면 나의 말투가 잘못됐음을 남편은 몇번을 지적했었다.
조곤조곤.
하지만 나는 나의 잘못을 깨닫지 못했다.
당신이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거라고 정당화 시켰다.
남한테는 안그러면서 유독 남편에게만은 그랬다.
너무 만만하고 편하게 생각했던 걸까?
사랑이 없었던 걸까?
그가 날 존중하지않고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나역시 그에 대한 존중이 없었다.
그렇게 남편은 화를 내고 집을 나가버렸다.
그에게 사과의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났지만 문자옆에는 아직도 숫자 1이 자라지지 않고 있다.
읽어보지도 않고 있다.
좀처럼 그렇게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닌데 불같이 화를 내고 집을 나간것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는 뜻일거다.
그것을 잘 알기에 나의 마음이 지금 너무 조급한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그의 잘못은 작아지고 나의 잘못은 크게 떠오른다.
이제와 돌이켜보려고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버렸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몰랐던 것은
그가 아닌 나인지도 모르겠다.
내 생각은 눈꼽만큼도 안하고 집에 오면 말도 없이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고 잠만자는 남편이 서운하고 미워서 저럴거면 차라리 집에 들어오지 말지 하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그런데 막상 끝내자는 말을 뒤로하고 집을 나간 남편을 보니 현타가 온다.
어쩌면 남편은 나의 사과를 안받을 지도 모른다.
23년간의 결혼생활이 너무 허무하게 끝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부부로 산다는 것이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거였나 하는 생각에 서글프다.
그래서 나의 잘못을 사과하고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잘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남편은 아직 화해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
남편이 그래도 안받아주면 그건 어쩔수 없겠지.
나중에 후회하지 않고 아쉬움이 남지않도록 난 지금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https://youtu.be/35crFF1D-CU?si=FvsrqM-zye5PzGvu
내가 나의 잘못을 깨닫게 된것은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게된 하나의 영상 덕분이다.
하도 우리 부부사이가 답답해서 찾아보게 된 영상이었는데 나는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들었다.
관계가 악화되는 부부 사이의 언어 4개가 있는데
비난, 방어, 경멸, 담쌓기라고 한다.
난 그를 비난하고 경멸하는 언어를 사용했고, 그는 방어의 언어를 사용했다.
그렇게 우린 서로 담쌓기에 들어간것이다.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된것이다.
다시 우리 관계가 회복된다면 잘해주고 싶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달았기 때문에 잘 할 자신이 있는데...
이제 나는 주사위를 던졌고, 그 결과를 차분히 기다려보자.
아님 마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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